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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장과 풍수지리 명당 위에 선 명문 골프장

  • 유희경 기자
  • 입력 : 2025.10.23 11:37

골프장들 중에는 풍수적으로 빼어난 터에 자리한 곳들이 있다. 그런 곳에서는 홀 난이도와 관계없이 라운드 내내 집중력이 살아나고, 샷 감각이 예민하게 깨어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풍수적으로 어떤 골프 코스가 좋은지, 그리고 명당에 자리 잡은 명문 골프장들은 어디인지 소개한다.

제이드팰리스GC
제이드팰리스GC

필자는 트리니티 클럽이 신규로 건설될 때부터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코스가 설계되는 과정만큼이나 터의 기운을 살피는 풍수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풍수에 능한 분들과 라운드를 하기도 했는데, 그 경험은 골프장이 단순한 스포츠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기운과 교감하는 특별한 무대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명문 골프장들을 풍수적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왜 어떤 코스에서는 유난히 편안하고 몰입감 있는 라운드가 가능한지 그 비밀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스트밸리CC
이스트밸리CC
웰링턴CC
웰링턴CC

풍수의 눈으로 본 골프 코스

풍수에서 명당은 산세와 물길, 바람과 햇빛이 조화를 이루는 자리다. 이 원리를 골프 코스에 비춰보면 티잉 그라운드는 출발의 문, 페어웨이는 용맥의 흐름, 그린은 기운이 머무는 혈자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풍수적으로 잘 놓인 골프장은 단순한 경기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바람과 시야가 시원하게 열리는 티잉 그라운드, 좌우 산세가 청룡·백호처럼 감싸는 페어웨이, 그리고 기운이 응집되는 그린의 배치는 곧 자연과 사람의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 예술이다. 골퍼들이 특정 코스에서 심리적 안정감이나 샷 감각의 상승을 경험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스트밸리·우정힐스·웰링턴… 명당에 위치한 명문 골프장들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이스트밸리CC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원리에 아주 충실한 동화적인 풍광으로 유명하고 풍수적으로도 명당에 해당한다. 뒤로는 천덕산이 앞쪽으로 앵자봉이 부드럽게 감싸고, 남쪽으로 한강의 수계가 내려다보여 생기가 흘러든다. 코스 전체가 완만한 능선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단순히 자연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바람이 순환하는 길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라운드 내내 ‘여유롭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파3홀 그린 주변은 기운이 모이는 혈자리처럼 아늑해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경기 양주에 있는 송추CC 일대는 예부터 왕실 능과 사냥터가 자리한 터로 풍수적 명당으로 꼽혀왔다. 산과 물이 교감하는 자리로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한강 지류의 물길이 고요히 흐르며, 좌청룡 우백호의 균형을 잘 갖추었다. 바람이 크게 요동하지 않고 포근하게 안겨드는 특성이 있어, 초보 골퍼조차 안정감을 느낀다. 라운드 중 페어웨이를 따라 걸으면 마치 ‘안온한 품속’에 들어선 듯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운이 맑아진다는 이야기가 회원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유다.

경기 광주에 있는 남촌CC는 남향으로 시야가 탁 트여 풍수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배치를 보여준다. 와룡취수형(臥龍取水形)이라 불리는데 누운 용이 물을 마시는 형국으로 산과 계곡이 어우러져 생동하는 에너지가 모인 자리라 한다. 남촌의 페어웨이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용맥을 닮았고, 홀마다 그린은 혈자리에 놓여 있어 라운드가 단단히 뿌리내린 듯하다. 풍수지리적으로 물이 재물을 불러들이는 상징을 띠고 있고 개장 초기부터 명문 골프장 표본으로 풍수지리와 코스 설계가 조화를 이룬 사례로 꼽힌다.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는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세계적 명문 코스로 각광받았는데, 풍수적으로도 흥미로운 코스다. 전체적인 능선이 용의 등줄기처럼 부드럽게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골짜기에 혈자리 같은 그린이 박혀 있다. 전략적이고 도전적인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골퍼들이 ‘이상하게도 홀마다 그림 같은 조화’를 느끼는 것은, 풍수에서 말하는 ‘맥의 연속성’ 덕분이라 볼 수 있다.

기적 긴장감과 풍수적 안정감이 공존하는 드문 코스로 풍수와 현대적인 설계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경기 이천에 있는 웰링턴CC는 숲과 계곡, 언덕이 조화롭게 엮여 있는 터다. 높은 산세가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멀리 보이는 산들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는 물길이 열려 있어 풍수적 생기가 살아 숨 쉰다. 코스를 돌다 보면 산바람이 계곡을 타고 순환하며 플레이어를 감싸는데, 이는 풍수에서 말하는 ‘생기가 모이고 도는 터’의 전형이다. 실제로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신체적 피로보다 오히려 활력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평이 많다.

강원 춘천 소재 제이드팰리스GC는 이름 그대로 옥의 궁전처럼 빼어난 터에 지어졌다. 춘천의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게 코스를 감싸고, 중앙에는 계곡과 연못이 조화를 이루어 터의 기운을 맑게 한다. 티에서 그린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직선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이는 풍수적으로 기의 순환을 돕는다. 곳곳에서 골퍼들은 “여기는 코스가 아니라 정원에 들어선 듯하다”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이는 터가 가진 기운의 위력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유명 풍수학자의 명문 위지령비(慰地靈碑)는 골퍼들에게 회자되는 명물이다.

우정힐스CC
우정힐스CC

숨은 명당과 필드의 에너지

잘 알려진 명문 코스 외에도 전국 곳곳의 많은 골프장들 중에서도 풍수적으로 빼어난 터에 자리한 곳들이 있다.

그런 곳에서는 홀 난이도와 관계없이 라운드 내내 집중력이 살아나고, 샷 감각이 예민하게 깨어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아무리 유명 설계자의 작품이라 해도 터가 거칠고 기가 흩어져 있으면 플레이는 늘 긴장되고 불안정하다. 골프장의 평판과 명성은 결국 터가 지닌 기운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골퍼들이 자주 하는 말, “이 코스는 괜히 잘 맞는다”라는 표현은 풍수적 배경 위에서도 해석될 수 있다.

풍수지리는 전통이고 골프는 현대 스포츠지만, 두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동일한 원리를 품고 있다. 한국의 명문 코스들이 단순히 좋은 설계와 시설을 넘어 풍수적 명당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되짚어보면, 왜 이곳에서의 라운드가 특별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골프장이 세계적 경쟁력을 키워가려면 시설과 서비스뿐 아니라 터와 공간의 기운을 존중하는 풍수적 안목 또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 writer 김훈환(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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