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에이스 유현조 - 빠른 결단, 확실한 재능 “메이저 2연패 성공 열쇠”
2년 차의 젊은 패기와 노련한 집중력을 동시에 증명했다. 까다로운 블랙스톤 이천에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 ‘빠른 결단’과 타고난 ‘장타 DNA’로 메이저 2년 연속 정상. 이제 그는 KLPGA를 대표하는 차세대 에이스다. 이번 우승의 동력을 스윙코치 권기택, 골프 퍼포먼스 트레이너 선종협의 분석으로 짚었다.
KLPGA투어 2년 차 유현조가 메이저 2연패를 달성하며 가장 뜨거운 이름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9월 7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이천에서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 최종 9언더파 279타로 우승을 확정했다. 2위 노승희를 4타 차로 따돌리며 여유 있게 정상을 지켰다. 지난해 신인 신분으로 같은 대회에서 첫 우승을 일궈낸 그는 동일 무대에서 투어 2승째를 올리며 KLPGA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신인이 메이저를 제패하고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다시 우승한 사례는 유현조가 최초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연패는 김해림(2016~2017) 이후 8년 만이며, KLPGA 메이저 전체로 보더라도 KLPGA 챔피언십 박현경(2020~2021) 이후 첫 연속 우승 기록이다. 이 대회 다승자 명단에도 김해림·김효주·장하나에 이어 네 번째 이름을 올렸다. 불과 데뷔 2년 차에 거둔 성취로서는 이례적이다.
올 시즌 흐름은 탄탄하다. 22개 대회에서 우승 1회, 2위 3회, 3위 3회, 톱10 15회에 올랐고, 메이저대회 우승 이후 총상금 15억 원 규모의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를 기록하며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대상 포인트 1위(546점), 상금랭킹 2위(10억9461만 원), 평균 타수 1위(69.76타)에 올라서며 ‘반짝’이 아니라 시즌 전반을 주도하는 일관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9월 22일 기준)
장타 DNA × 빠른 결단 = 확률을 높이는 골프
주변인들이 꼽은 원동력은 ‘장타의 DNA’와 ‘빠른 의사결정’이다. 고교 시절부터 4년째 지도 중인 권기택 코치는 “유현조는 톱에서의 보잉(bowing)과 다운스윙의 강한 래깅(lagging)이 몸의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여자 선수로는 드문 사례다. 리드미컬한 템포로 임팩트 구간의 헤드 스피드를 극대화한다”라고 말한다. 선종협 팀글로리어스 대표 역시 “체격보다 기능적 밸런스가 만든 장타다. 유연성·근력·코어 안정성이 고르게 높고, 발바닥 안정성 중심의 밸런스 훈련이 지면반력 활용을 끌어 올린다”라고 분석한다.
전략도 분명하다. 롱 히터임에도 라운드당 드라이버는 네번 남짓만 사용하고 다수 홀에서 3번 우드 티샷을 택한다. 페어웨이 보존과 세컨드 각도를 우선해 거리를 일부 포기하고 확률을 취하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47.68야드(16위). “감과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고 다른 해법을 빨리 찾는다”는 게 권 코치의 설명이다. 3번 우드의 결과는 뚜렷했다. 이번 대회에서 4일 내내 유일하게 유현조는 언더파를 기록했고, 최종 합계로 2위를 4타 차 따돌렸다.
시즌 중에도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유지한다고 전해진다. 우승 다음 날에도 센터에 나오는 ‘자기관리 끝판왕’. 신체–훈련–의사결정의 삼박자는 위기에서 흐름을 되돌리고 기회를 스코어로 전환하는 힘이 됐다. 장타 DNA 위에 얹힌 빠른 결단과 철저한 루틴은 세계 랭킹 도약의 현실적 근거가 될 수 있겠다.
▶ 권기택 스윙코치의 분석
“본능적인 샷메이커, 몰입 천재”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이자 도호쿠 후쿠시대 출신인 권기택 코치는 유현조를 ‘본능적인 샷메이커’로 규정한다. 권 코치는 “보잉과 래깅이 억지 흉내가 아니라 몸의 리듬 속에서 저절로 구현된다. 임팩트 순간 헤드 스피드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비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낸다. 아이언 역시 정교해 ‘샷메이커’란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라고 했다.
유현조의 쇼트게임이 잠시 흔들린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부족함을 발견하면 곧바로 파고드는 성격이고, 남들이 권한다고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몸에 맞지 않으면 단호히 거절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깊게 몰입해 자신만의 해법을 찾는다. “자기 감을 잘 알고 억지로 남의 것을 흡수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이 분명한 선수다.”
권 코치는 이어 “힘든 시기를 길게 견뎌낸 선수다. 지금처럼만 하면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라고 전망한다. “시즌 중에는 선수가 주인공이어야 하고, 코치와 캐디는 뒤에서 조율하는 스태프일 뿐이다. 나는 훈련 때만 목소리를 조금 높인다. 그 균형이 가장 좋은 관계를 만든다”라고 했다. 그의 눈에 비친 유현조는 단순 장타자가 아니라, 몰입과 자기 감각을 무기로 더 큰 무대를 향하는 선수다.
▶ 선종협 트레이너의 분석
“신체 밸런스로 완성된 장타자, 자기관리 끝판왕”
유현조의 우승을 조력한 피트니스팀 팀글로리어스의 선종협 대표는 유현조의 장타를 체격이 아닌 기능적 밸런스의 산물로 본다. 선 대표는 “유현조가 평균보다 긴 신체 조건을 갖추긴 했지만 아주 상위권은 아니다. 그녀가 장타를 칠 수 있는 이유는 근육의 기능적 밸런스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연성, 근력, 코어 안정성 등에서 고르게 높은 수치를 보여주며 이 종합적 균형이 장타의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트레이닝의 핵심은 발바닥 안정성과 밸런스라고 한다. 이는 지면반력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강력한 스윙의 토대다. 또 시즌 중에도 근력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덤벨과 점프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대회 중 강도 높은 훈련을 꺼리지만 유현조는 시합 기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강도 높은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체력 훈련의 강도를 유지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생활 습관 역시 철저하다. 원래 과자와 스낵을 좋아하지만 시즌 중에는 철저히 절제하며 나트륨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월요일과 화요일 휴식일에도 반드시 하루 이상은 센터에 나와 운동을 이어간다. 선 대표는 “우승 다음 날에도 빠짐없이 센터에 와서 운동을 한다. 센터 수업 시작 30~40분 전부터 유산소 훈련을 스스로 해낸다.
자기 관리의 엄격함이 곧 경쟁력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레이닝을 대하는 태도 역시 유연하다고. 유현조는 감각과 데이터를 조율하며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은 빠르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선 대표는 “항상 발전하려는 태도로 훈련에 임한다.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