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GOLF 편집장 칼럼] 당신의 골프백에는 어떤 볼이 들어있나요?
추석 연휴가 길었습니다.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은 추석도 연휴도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쉬는 날이 싫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른 쉬는 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감정 같습니다. 추석 연휴에는, 특히 추석 당일에는 대부분의 음식점이 문을 닫습니다. 때문에 삼시세끼를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저로서는 조금 더 먹는 것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입니다. 다행히 일부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열고, 음식배달업체에서 비바람을 뚫고 배달을 해줘 그나마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한국은 소비자로 살기 참 편한 나라입니다.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사회적 합의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구매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는 안 쓰겠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도 못 쓰게 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전파되는 한국 소비자의 상품구매 ‘후기’는 이동 속도도 빠르고 확장성도 가늠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취향을 맞추다 보니 대부분의 소비재 시장이 ‘무한경쟁’ 상태입니다. 골프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의 골프 소비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해박한 지식으로 중무장돼 있습니다. 유니코, 트랙맨 등 시뮬레이터 장비를 동원해 스윙 스피드와 궤도, 스핀양 등을 철저히 분석해 자신에 맞는 샤프트(골프채)와 헤드를 선택합니다. 골프용품업계에서도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합니다.
반면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도 유독 한 제품만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의 골프볼 시장이 대표적입니다.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골프볼은 프로, 아마추어, 남녀노소 관계없이 대한민국 골퍼들의 ‘공인구’가 됐습니다. 선물용으로도 타이틀리스트 프로 v1이 무난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타이틀리스트 골프볼이 이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데는 타이틀리스트의 기술력,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골프처럼 여러 가지 변수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스포츠도 많지 않습니다. 골프가 안되는 수만 가지 이유와 변명이 존재하고, 날씨도 좋고 구장도 좋고 멤버도 좋은데 ‘이상하게 잘 안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골프볼’이라는 외부 변수 하나만큼은 통제하고 가자는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은 프로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골프볼이니 당연히 제일 좋은 볼이 아니겠어, 하는 심리적 안정 효과도 큽니다. 기업이 ‘송사’에 휘말리면 일단 국내에서 가장 큰 로펌인 ‘김앤장’부터 고려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이번 달 <매경GOLF>에서는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이 주도하는 골프볼 시장에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골프볼도 ‘피팅’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겁니다. 지금 여러분의 골프백에는 어떤 볼이 들어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