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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앵글’] 의 저자 박재영-“언제까지 ‘Do you know 싸이?’만 할 건가요?”

  • 김기정 기자
  • 입력 : 2025.10.29 17:26
  • 수정 : 2025.10.29 17:33

<K를 팝니다>는 한영 합권이란 점 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들어가 있는데 심지어 ‘한국인 독자만을 위한 서문’이 따로 있다. 저자는 <K를 팝니다>를 영어권 출판사와 계약해 수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한다.

사진설명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 ‘여행’ ‘맛집’ 저자

골프용품사의 대표나 직원들만큼 외국인과의 접촉이 많은 사람도 없다. 국내 유통되는 골프용품 대부분이 ‘수입산’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얘기가 오갈 수밖에 없다. 매번 ‘골프’ 얘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해외에서는 한국 ‘K’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K에 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덜어줄 대한민국 설명서가 <K를 팝니다>라는 책이다.

“외국인 만나면 언제까지 ‘두 유 노 싸이(Do you know PSY?)만 할 건가요?”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박재영이 <K를 팝니다>라는 책을 쓰며 던진 질문이다. <매경GOLF> 독자들에게 골프 외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다 박재영이 쓴 <K를 팝니다>라는 책을 알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박재영이란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건 김래원, 최명길이 주연한 드라마 <펀치>의 연출자가 누구일까, 이후 그가 처음이다. ‘김기정의 앵글’ 첫 번째 인물로 <K를 팝니다>라는 책을 낸 박재영 청년의사 주간을 만난 이유다.

박재영, 그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사로 일했다. 지금은 ‘청년의사’라는 의료 전문 신문에서 주간으로 활동 중이다. <K를 팝니다> 외에도 <여행준비의 기술>, <나의 영어 해방 일지>, <아무튼, 맛집> 등 11권의 책을 냈다. 박재영(JYP) 주간은 2017년부터 9년째 과학 전문 기자 강양구(YG)와 함께 ‘YG와 JYP의 책걸상’이라는 책 팟캐스트도 진행한다.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의학 관련 글을 쓴다. <K를 팝니다>를 쓴 박 주간처럼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물론 박 주간도 의료 관련 글을 주로 쓴다).

한국인도 모르는 ‘K’ 심도 있게 파헤쳐

박 주간에 대해 궁금했던 가장 큰 이유는 <K를 팝니다>에는 한국인들도 모르는 한국에 관한 내용이 많이 담겼다는 점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K를 팝니다>의 소제목인 ‘한글, 발명자가 알려진 유일한 알파벳.’ 생각해보니 나라말을 ‘발명’해낸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세종대왕을 제외하고는. 삼겹살을 싸 먹는 깻잎도 한국인만 먹는 특별한 식재료라고 한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모은 것이 아니라 꽤 깊이 있는 ‘취재’가 들어가 있다. 일반 녹색 병 희석식 소주와 화요, 일품진로 같은 증류식 소주의 차이, 서울에선 스타벅스에 가방이나 노트북을 놓아두어도 없어지지 않는 이유를 <K를 팝니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책 제목 <K를 팝니다>에서 ‘팝니다’는 팔다(Selling)와 판다(Digging) 두 가지 의미라고 한다. 박 주간은 “우리 것을 외국에 팔려면 K란 무엇인지 제대로 파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이다. 냉면이나 삼겹살을 가위로 자르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지만 외국인들은 기겁을 하거나, 신기해한다. 그들에게 음식을 자르는 도구는 칼(나이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가위를 써보면 그 편리함에 감탄한다. 외국인에게 빙의하지 않고서야 외국인들이 이런 점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봤다.

박 주간은 “40대 초반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년 살았다. 또 출장이나 여행을 통해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라고 답했다.

<K를 팝니다>는 한글과 영어 번역본이 챕터별로 들어가 있다. 원래 전문 번역가를 쓰려고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직접 인공지능(AI) 번역기를 돌려 한글 원고를 영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박 주간은 “인공지능 번역기 딥엘에게 초벌 번역을 시켰다. 미국 원어민에게 물어보니 어색하다고 하더라. 챗GPT에게 ‘미국인 작가가 쓴 것처럼 고쳐줘’라고 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했고 나중에는 영어 원어민 감수를 거쳤다”라고 말했다.

박 주간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별도의 책 <나의 영어 해방 일지>를 출간했다. 인공지능의 번역이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성문종합영어’로 갈고닦은 박 주간의 영어 독해 실력이 동원됐다고 한다. ‘성문종합영어에 감사하다’는 표현에서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이 버무려지며 ‘피식’하고 웃게 된다(저자는 웃으라고 적은 글은 아닐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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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업계 CEO 위한 필독서로 추천

<K를 팝니다>가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던 또 다른 이유가 이런 박재영 특유의 ‘개그 욕심’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독특한 유머코드가 박 주간의 글에 심겨 있다. 박 주간은 “글을 쓰거나 강연할 때 무조건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K를 팝니다>는 영어 번역을 염두에 두고 써서 유머를 구사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 주간은 별을 수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미쉐린 ‘별’을 받은 레스토랑 등 다양한 맛집을 찾아다닌다. <K를 팝니다>뿐 아니라 그가 쓴 다른 책 <여행준비의 기술>에도 맛집에 관한 내용이 담겼고 심지어 <아무튼, 맛집>이라는 ‘아무튼’ 시리즈의 맛집을 담당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맛집을 예약하기 위해 100통 넘게 전화를 거는 등 ‘당신은 맛집을 가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해봤냐, 나는 이런 것까지 해봤다’라는 집념이 느껴진다.

<K를 팝니다>는 한영 합권이란 점 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들어가 있는데 심지어 ‘한국인 독자만을 위한 서문’이 따로 있다. 저자는 <K를 팝니다>를 영어권 출판사와 계약해 수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한다. 아직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주간은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K-팝, K-푸드, K-뷰티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K-북이라고 왜 안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박 주간에게 <K를 팝니다>에서 한 꼭지만 발췌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영화감독 본인이 꼽은 명장면 같은 느낌으로.

“삼겹살을 다룬 첫 챕터가 특히 마음에 든다. 삼겹살집은 한국의 독특한 식당 문화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테이블 아래를 확인하면 숟가락과 젓가락이 나오고, 휴대용 버너 위에 달궈진 불판 위의 고기는 가위로 자른다.”

<K를 팝니다>는 골프업계 CEO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대한민국의 외교관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더 나아가 외교관 양성기관인 국립외교원의 ‘교과서’로 채택되길 바란다. 해외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관광공사, 코트라, 민간기업의 해외 주재원들도 읽으면 좋겠다.

박 주간이 <K를 팝니다>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우리나라를 해외에 알린다고 뉴욕 타임스에 광고하고, 맨해튼에서 행사를 한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 K를 소개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는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우리가 K를 잘 몰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