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샷은 이미 내 머릿속에 있다
골프 칠 때 중압감을 이겨내고 굿샷을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평소 쳤던 완벽한 굿샷을 떠올리며 지금 그대로 상상하는 것이다. 현실이 내 상상을 따라가게 하는 비법.
골프는 참 신기하다. 티박스에 서서 멋진 샷을 날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지만 공은 항상 느낀 직감대로 간다. 유난히 자꾸 신경 쓰이는해저드에 여지없이 꼭 빠져버리고, 셋업하고 이상하게 안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공은 그대로 미스샷이 나버린다. 하지만 늘 좌절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나게 긴 롱 퍼트도 ‘왠지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정말 마법처럼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 엄청난 감격을 안겨주곤 한다.
이 단순한 직관 뒤에는 뇌과학이 뒷받침하는 강력한 원리가 숨어 있다. 우리 뇌는 실제로 무언가를 시각적으로 인식해서 볼 때와, 상상만 했을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 거의 똑같은 뇌 회로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럼 한번 체험해보자.
결과를 이미지화하는 심상훈련
아래의 빨간 깃발 그림을 보라. 눈에 문제가 없다면 이 빨간색 깃발이 잘 보일 것이다. 자, 이제 눈을 감고 빨간 깃발을 상상해보자. 깃발을 보았는가? 당신은 분명 눈을 감고도 손쉽게 빨간 깃발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눈을 뜨고 본 깃발은 상(Image), 눈을 감고 본 깃발은 심상(Mental Image)이다. 우리는 어떻게 눈을 감고도 똑같이 빨간 깃발을 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눈을 감고 꿈을 꾸면서도 어떤 이미지를 보기도 하고, 소리를 듣기도 한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눈으로 빨간 깃발을 보면, 각막과 시신경을 통해 뒤통수 아래, 후두엽의 시각피질(Visual Cortex)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빨간 깃발을 봤다고 기억 저장소에 저장한다. 이후로는 빨간 깃발을 보면 그 장기기억 저장소까지 가는 전체 회로가 자동 활성화되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뇌의 작용으로 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눈이 멀쩡해도 시각피질이 손상되면 색깔이 다르게 보이거나 모양이 왜곡되어 보이게 된다.
이런 원리를 사용한 훈련을 심상훈련(Visualization)이라고 부른다. 파3홀을 예로 들어보자. 약간 내리막 130m 파3인데, 앞에는 큰 해저드가 있고 빨간색 앞 핀이 꽂혀 있다. 눈을 감고 내가 언젠가 만났던 비슷한 홀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티박스에 서 있다. 남자 골퍼라면 7번 아이언, 여자 골퍼라면 유틸리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셋업해서, 공을 노려보며 백스윙을 시작해 리드미컬하게 공을 딱 치고 피니시까지 잡았다. 임팩트 순간 공은 정확하게 스위트스폿에 맞아 쭉 날아가서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홀컵 옆에 딱 예쁘게 착지했다. 살살 부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과 동반자들의 굿샷 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특정 결과를 상세히 이미지화해서 마음속에 그리고, 그다음 바로 셋업해서 아무 생각 없이 공을 치면 상상한 대로 공이 갈 확률이 굉장히 높다. 방금 상상한 것만으로도 이미 머릿속에서는 해당 결과를 실제로 눈으로 본 것처럼 인지하기 때문이다. 상상만으로도 뇌의 시각피질의 회로가 거의 동일하게 작용하고, 해당 장기기억 저장소를 방문했기 때문에 몸도 자연스럽게 그 결과를 위해 움직이게 되는 원리이다. 이것이 바로 심상훈련이다.
내가 했던 완벽한 굿샷을 떠올려라
골프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중압감이 드는 상황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내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잘만 들어가던 아주 짧은 쇼트 퍼트도 버디 퍼트만 되면 손이 떨리고, 연습장에서는 뻥뻥 잘 날아가던 드라이버샷도 뒤 팀, 옆 팀이 다 쳐다보고 있으면 긴장돼서 미스샷을 하기 마련이다.
이런 중압감을 이겨내고 내가 평소에 하던 굿샷을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 단순히 내가 했던 완벽한 굿샷을 떠올리며 지금 내가 공을 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대로 멋진 내 샷을 상상하며 임하는 것.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방법으로 남은 가을 골프를 멋지게 마무리하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