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용품유통연구소 신두철 소장 - “유통 구조의 투명성과 데이터가 시장의 미래를 좌우
한국 골프용품 시장이 매출 급감과 재고 과잉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소비자는 가격 신뢰를 잃고, 브랜드와 유통사는 혼선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35년 넘게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킨 한국골프용품유통연구소 신두철 소장은 이러한 난국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진단하며, 유통 구조의 투명성과 정확한 데이터가 시장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팬데믹 특수를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한국의 골프산업은 이제 급격한 조정기를 맞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골프장은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장비는 품귀 현상까지 겪었지만, 지금은 매출 급감과 재고 과잉이 업계의 뇌관이 되었다.
한국골프용품유통연구소의 신두철 소장은 이 상황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진단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35년 이상 업계에서 활동하며 남다른 혜안으로 캘러웨이를 비롯해 오딧세이, 아담스, 클리브랜드 등 다수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키며 한국 골프용품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2007년부터는 에코골프 한국 총판을 맡아 성장세를 주도했으나 글로벌 본사의 전략 수정과 급변하는 국내 환경 속에서 올해 에코골프 총판 사업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은퇴를 앞둔 그는 지난해 자신이 축적한 한국 골프용품 유통 경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공하기 위해 한국골프용품유통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 보고서 발간, 업계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세미나 개최, 인재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한국 골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돕고자 한다.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많은 골프 브랜드들을 국내에 들여와 소개했고 총판까지 경험하면서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본사의 물량 압박과 국내 수요의 괴리, 그리고 정량적 데이터 부재가 시장을 왜곡했죠. 총판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고민할 무렵, ‘이 경험을 업계 전체를 위해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를 세워 시장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업계가 함께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개인 경험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후배 세대와 브랜드·리테일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 해외 브랜드 유통 경험자, 리테일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업계 원로와 현업 종사자등이 자문단으로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골프 유통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가장 심각한 건 공급 과잉입니다. 팬데믹 시절 수입을 크게 늘렸는데,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재고가 그대로 남았습니다. 매장에 가보면 ‘땡처리’ 판매가 흔하고, 소비자는 정가를 신뢰하지 못합니다. 과잉 물량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공급을 조정하지 않으면 가격 붕괴와 불신은 계속될 겁니다.
공급 과잉이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데이터 부재’로 인한 문제가 큽니다. 지금은 수입 물량(셀인)만 기준이 됩니다. 실제 소비자에게 나간 판매(셀아웃)는 제대로 잡히지 않죠. 일본만 해도 잡지·리서치 기관이 월별로 수입·판매·모델별 흐름을 공개합니다. 그래서 공급 조정이 가능해요. 한국은 대표 표본만 잘 뽑아도 시장의 70~80%는 읽을 수 있는데, 그 기본 장치가 비어 있습니다.
엔데믹 이후 한국의 골프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공식 집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저는 숫자가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600만 명이라 말하지만, 제 체감으로는 500만 명에서 최근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일본과 비교해도 라운드 수·코스 수·용품 시장 규모가 여전히 일본이 앞서요.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장밋빛 가정이 과잉 수입을 부르고, 그 과잉이 지금의 가격 붕괴와 재고 적체로 이어졌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라운드 비용도 문제로 지적되는데. 그린피·카트·캐디피가 팬데믹 동안 30% 이상 올라, 라운드 1회 비용으로 30만~40만 원 정도 지출해야 해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법인카드 규제까지 겹쳐 기업 수요도 줄었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비 교체보다 라운드 비용이 우선이니, 장비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수요 회복은 어렵다고 볼 수 있죠.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 시장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미국은 엔데믹 이후 완만히 조정되고 있습니다. 퍼터 같은 특정 카테고리는 오히려 매출이 늘었죠. 일본 역시 오프라인 전문 숍이 아직 건재하고 충성 고객 기반으로 완만히 조정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인구 구조와 비용 문제 때문에 낙폭이 큽니다. 온라인과 병행수입이 혼재하면서 가격 신뢰가 무너지고, 충성 고객 기반도 약한 편입니다.
향후 시장 전망과 문제점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요. 올해와 내년까지 조정기라고 봅니다. 팬데믹 때 부풀었던 거품이 빠지고, 재고도 정리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후에는 ‘안정적 축소’가 이어질 거라 판단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 골프 시장은 스크린골프의 확산과 2030 세대, 여성 골퍼의 증가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의 신뢰 회복이 좌우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급을 맞추고, 가격 정책·정품 인증·표준 A/S 등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면서 체험형 리테일이나 개인화 서비스에 집중한다면 하락 폭을 줄이고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