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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보완하고 더 강해졌다 - LPGA 한국 여자골프 다시 부활할까

  • 권훈
  • 입력 : 2025.11.13 14:32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까지 쏟아진다. 과연 LPGA투어에서 한국 여자선수들의 경쟁력은 정말 쇠락한 걸까.

김세영 우승 사진(파인비치 제공)
김세영 우승 사진(파인비치 제공)

올해 한국 여자골프의 국제 경쟁력이 갑자기 도마에 올랐다. 한국 여자골프가 LPGA투어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이제 한국 여자골프가 이젠 2류로 밀려났다는 쓴소리까지 나왔다.

한국 여자골프 쇠락설이 힘을 얻은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돌풍이다.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 5명이 한 번씩 우승했다. 이 가운데 2명은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한국 선수들은 아무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기에 일본 선수들의 활약은 더 두드러졌다.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 여자선수들이 한국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자 자연스럽게 우리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파 선수들의 LPGA투어 원정 성적이 너무 초라했다. 방신실, 황유민, 김수지, 이동은 등 KLPGA투어에서 나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은 US 여자오픈,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 등 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김효주, 전인지, 이정은, 김아림 등 KLPGA투어에서 뛰다가 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보란 듯 우승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올해 국내파 선수들의 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김아림(LPGA)
김아림(LPGA)

과연 코스 난도와 드라이버샷 거리 차이의 문제일까?

자연스럽게 원인 분석도 봇물을 이뤘다. 이 가운데 제법 힘을 얻은 게 KLPGA투어 대회 코스가 너무 짧고 쉽다는 주장이었다. KLPGA투어 대회에서 쉬운 코스만 접하다가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의 길고 난도 높은 코스에 쩔쩔맨 결과라는 얘기다.

LPGA투어 메이저 대회뿐 아니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 다녀온 선수들도 코스가 너무 길고 어려웠다고 말하니 꽤 설득력이 있는 주장으로 자리 잡았다. 과연 KLPGA투어 대회 코스는 LPGA투어나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보다 쉬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이번 시즌 KLPGA투어가 열린 코스 평균 전장은 6366야드. LPGA투어는 6599야드,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는 6587야드로 조사됐다. 18개 홀 가운데 10개를 차지하는 KLPGA투어 파4홀 평균 길이는 381야드. 미국은 391야드, 일본은 385야드로 나타났다. 일본과는 거의 비슷하고 미국과는 10야드 차이다. KLPGA투어 대회 코스가 미국, 일본보다 짧은 건 사실이지만 크게 의미를 둘 만큼 짧지는 않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경기한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 비거리를 비교했더니 놀랄 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 코스에서 경기할 때보다 미국 코스에서 약 20야드 더 멀리 쳤다. 국내 대회에서 평균 257야드를 쳤던 방신실은 미국 대회에서는 279야드를 때렸다. 국내에서 248야드를 보내던 황유민은 미국에서는 274야드를 날렸다. 미국에서 평균 273야드를 때린 윤이나는 국내 대회에서는 251야드로 줄었다. 미국 골프 코스는 대부분 평지인 데다 페어웨이가 단단해서 국내 코스에서 칠 때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더 난다는 건 상식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파5홀 전장이다. 한국은 534야드, 미국은 525야드, 일본은 521야드로 한국이 가장 길다. LPGA투어 대회에서 파5홀 투온 시도가 한국보다 월등히 많은 이유다. 한국 코스 파5홀은 길이도 길지만 휘어져 있거나 좌우에 페널티 구역이 버틴 경우가 많아선수들은 좀체 투온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런 기록을 고려하면 KLPGA투어 코스가 미국보다 짧아서 선수들 경기력 향상을 발목 잡는다는 말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김효주(연합뉴스)
김효주(연합뉴스)

메이저 대회에 도전하는 KLPGA 선수들, 시차와 어려운 코스 적응이 관건

그렇다면 왜 해외 원정을 다녀온 KLPGA투어 선수들은 미국과 일본 코스가 어렵다고 말할까. 답은 그들이 출전한 대회가 대부분, 아니 전부 메이저 대회라는 사실에 있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메이저 대회는 어려운 코스를 골라서, 어렵게 세팅한다.

사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KLPGA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열리는 블랙스톤 이천 GC,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아주 어려운 코스인데 대회 때는 더 어려워진다.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LPGA투어 메이저 대회 코스 난도는 유별나게 높아졌다.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를 열던 코스에서 LPGA투어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에서 뛰다가 잠깐 건너간 선수가 시차 적응도 제대로 못한 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스에서, 더구나 최근 들어 더 어려워진 LPGA투어 메이저 대회 코스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세계 랭킹 3위 리디아 고는 “메이저 대회 코스만 유별나게 어렵다. 다른 일반 대회는 한국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 나는 한국 코스가 더 어렵다”라고 말했다.

황유민(연합뉴스)
황유민(연합뉴스)
전인지(KLPGA)
전인지(KLPGA)

훈련 여건과 방식의 차이도 존재

KLPGA투어 선수와 LPGA투어 선수의 실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 차이가 KLPGA투어 코스 세팅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훈련 여건과 방식 차이에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견해다.

한국 선수들은 멀리 똑바로 치는 롱게임에 강하다. 연습장에서 볼을 멀리, 똑바로 때리는 연습량이 어릴 때부터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트게임이 약하다. 쇼트게임은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라이, 다양한 길이와 상태의 잔디에서 연습해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연습을 할 공간이 아주 제한적이다.

다케다 리오(LPGA)
다케다 리오(LPGA)
아야카 후루에(LPGA)
아야카 후루에(LPGA)
이와이 치사토(LPGA)
이와이 치사토(LPGA)

프로 대회에서조차 선수들이 잔디에서 쇼트게임을 연습할 장소가 제공되지 않는다. 맨날 대회 전에 좁은 연습 그린에서 똑바로 공을 굴리는 것만 연습한다. 그린의 굴곡에 따라 공을 태워서 굴리는 연습도 어렵다. 미국 선수들은 멀리, 똑바로 때리는 연습 이전에 어릴 때부터 그린 주변 잔디에서 그린에 볼을 올리는 놀이처럼 연습한다. 연습장으로 제공되는 그린은 아주 크고 굴곡도 다양하다.

당연히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 선수들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은 연습 여건에서 훈련한다.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 연습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잔디 연습장과 크고 굴곡진 연습 그린이 잘갖춰졌다. 이런 차이 때문에 KLPGA투어에서 뛰던 선수들은 리커버리 상황이 아무래도 많은 LPGA투어 메이저 대회 코스에서 쉽게 타수를 잃는다고 한다. 올해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사이고 마오와 아마시타 미유는 비거리는 아주 짧은 편이지만,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를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또 하나 KLPGA 선수들의 약점은 자연 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미국과 유럽의 자연 환경은 한국보다 더 과격한편이다. 특히 바람은 한국에서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강도가 일상적이다.

결국 KLPGA투어 선수들의 경기력이 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를 KLPGA투어 코스에만 돌리는 건 한쪽 면만 보는 단견이 아닐 수 없다. 더 진지하고 세심한 분석, 그리고 걸맞은 처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