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브랜드도 ‘복합문화공간’ 바람
골프웨어 매장이 단순히 옷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에서 ‘경험과 문화가 교차하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공간에 녹여내고, 패션·예술·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오프라인 매장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추세다. 기존의 매장처럼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 콘셉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패션, 예술,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아이코닉한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 2030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만의 체험과 경험 마케팅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골프웨어 브랜드들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나 카페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추가하는 추세다. 골프웨어 업계 관계자는 “단순 구매보다 고객 경험에 대한 가치가 커지면서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도 주력 매장의 개념을 넘어 전시공간이나 고객이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카페, 레스토랑을 접목해 오픈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음료 더한 공간 마케팅
플래그십 스토어는 꼭 제품을 선보이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방문해 공간 자체를 즐기고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기도 하지만 단기적인 매출보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팬덤을 키우고 브랜딩을 강화하는 목적이 더 크다. 그래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식음료를 더한 공간 마케팅이 눈에 띈다.
골프웨어 브랜드 처음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단순 주력 매장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접근해 오픈한 브랜드는 사우스케이프다. 2020년 브랜드 론칭과 함께 도산공원 앞에 골프웨어 매장과 카페&레스토랑, 스튜디오형 갤러리를 갖춘 ‘메종 사우스케이프’를 오픈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특히 도산공원 전망의 카페&레스토랑이 ‘뷰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핫플’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더 시에나 그룹이 오픈한 더 시에나 라운지 청담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1층에는 더 시에나 라이프 매장이 위치해 있고, 그 외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프리미엄 와인 바를 비롯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프라이빗 위스키 바 그리고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까지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골프웨어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이븐 골프는 지난해 2월 수원 스타필드에 디저트 카페를 겸한 ‘에이븐하우스’를 오픈했다. 청담동에서 카페와 베이커리를 겸해 운영되던 에이븐하우스를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에이븐 골프의 이민재 대표는 “에이븐은 알래스카 야생화 ‘에이든’을 브랜드명으로 하고 있으며,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을 더 아름답게 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청담동에 처음 매장을 오픈했을 때처럼 고객들에게 브랜드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카페를 겸한 공간으로 기획했다. 매장이 별마당도서관 옆에 위치해 있어 청담동에 있을 때보다 유입률이 더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골프와 라이프스타일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 연출
올해 4월에는 글로벌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가 서울 압구정에 ‘클럽하우스 서울’을 오픈하며 주목받았다. 스웨덴 본사의 디자인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5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단순한 매장이라기보다 ‘패션·스포츠·라이프스타일의 경계를 허무는 브랜드’라는 세계관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층별 콘셉트도 독특하다. 2층 남성 골프웨어 공간은 골프장의 깊이감과 그린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3층 여성 컬렉션 공간은 스윙의 곡선미와 유려한 움직임을 모티프로 디자인됐다. 지하층은 커스터마이징 공간으로 운영되며, 4층에는 펏뷰가 설치된 퍼팅존과 프라이빗 쇼핑룸으로 꾸며졌다. 특히 5층에는 루프톱 테라스 ‘스윙존’이 조성돼 있다. 이 공간은 아웃도어 가든과 드라이빙·스윙 체험이 가능한 오픈형 공간으로, 도심 한가운데서도 여유롭게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포어는 일찌감치 도산공원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가 표방하는 ‘파괴적 럭셔리’의 감각을 공간으로 구현했다. 매장은 블랙과 옐로를 중심으로 한 강렬한 색감과 미니멀한 구조로 꾸며졌으며, 2층에는 VIP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 라운지와 바,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단순히 옷을 고르는 공간이 아닌, 브랜드의 태도와 취향, 그리고 새로운 골프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완성한 것이다.
프로젝트형 팝업으로 경험을 설계하는 ‘크리스도산’
파리게이츠, 마스터바니, 핑골프웨어 등을 전개하는 크리스에프앤씨에서는 지난 3월, 도산공원 인근에 ‘크리스도산’을 오픈했다. 이 공간은 다양한 브랜드들을 프로젝트 팝업 스토어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됐다. 서로 다른 브랜드들이 만나 성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지난여름 동안에는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보다 자유롭고 유연한 골프문화를 제안하는 ‘이지 골프(Easy Golf)’ 팝업 행사가 진행돼 인기를 끌었다. 파리게이츠, 보기보이즈를 비롯해 매너스골프 등 5개 골프 브랜드가 뭉쳐 협업했으며, 퍼팅게임과 그래픽 아티스트의 라이브 페인팅, 신나는 음악 등이 더해진 오픈 파티에는 3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거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브랜드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하고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충성 고객과 팬덤을 만드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더 이상 유통 채널의 일부가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이 살아 숨쉬는 무대이자 콘텐츠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공간 안에서 브랜드의 감성,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